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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3-65) "레이스 짜는 여인 La Dentellière" (1977 프랑스) - 그녀가 이별의 아픔을 견뎌내는 방법은... (결말스포 있음)

by 잎새72 202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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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세상에 알리게 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바로 그 영화 "레이스를 짜는 여인"이 보고 싶어 오랫동안 찾았지만 쉽지 않았는데 반갑게도 영화파일다운사이트 한 곳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었다. 
 

개봉일   1977. 5. 25
등급   15세이상관람가
장르   로맨스/멜로/드라마
국가   프랑스, 스위스, 서독
러닝타임   107분
평점  8.0

 

<시놉시스>
‘뽐므(불어로 '사과'라는 뜻)'라는 별명을 가진 19살 소녀 베아트리스는 파리의 미용실에서 보조로 일하고 있다. 순진한 성격의 그녀는 친구 마릴렌과 노르망디 해변으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파리에서 온 프랑소와를 만나게 된다. 만남이 계속되면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지만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인 프랑소와의 일상은 뽐므에게 낯설기만 하다. 점차 사회적 위치와 문화적 배경 차이로 인한 갈등은 심해지고, 결국 둘은 헤어지기로 한다. 그러나 절망에 휩싸인 뽐므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마는데...
(출처 다음영화)

 
 
영화의 시작 장면이다. (해석에 따라 제목이 레이스를 뜨는 여인, 레이스를 짜는 여인, 레이스 뜨는 여자, 레이스 짜는 여자 등등 여러가지로 해석이 되어 있다.)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18세 베아트리스는 파리에서 미용사 보조로 일하고 있다. 아직은 남자에게도 관심이 없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베아트리스는 미용일만을 열심히 하며 살고 싶은 소박한 꿈만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베아트리스는, 미용실에서 같이 일하는 친한 언니 메릴린의 실연을 위로하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바다가 있는 노르망디로 둘이서 여행을 가게 된다. 

 
 
하지만... 남자를 좋아하는 메릴린은 여행에서조차 클럽을 다니며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남자만 찾아다니더니 결국 베아트리스만을 남겨두고는 한 남자를 만나서 떠나버리고...

 
 
결국 혼자 남은 베아트리스는 언제나처럼, 남은 여행기간도 혼자서 보내기로 한다.

 
 
혼자 카페에서 초콜릿을 먹던 베아트리스는 프랑소와를 만나게 되는데... (만나서는 안 되는 잘못된 만남이었지만 이땐 몰랐을 것이다. 남자를 몰랐던 베아트리스에게 첫 설렘을 준 남자였기에...)
 
이 남자는 파리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으로 미용일을 하는 베아트리스와는 계급이 달랐지만 둘은 서로에게 끌리고 있었다.

 
 
항상 말없이 웃어주는 베아트리스의 표정이 좋았던 프랑소와,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는 프랑소와에게 믿음과 애정을 느끼고 있는 베아트리스

 
 
하지만... 아직 virgin이었던 베아트리스를 정신적으로 먼저 사랑하기보다는 육체적으로 소유하고 싶었던 프랑소와는 같이 밤을 보내기를 원했고 그의 요구를 베아트리스는 받아들인다.

 
 
파리로 돌아온 베아트리스와 프랑소와는 동거를 시작한다. 
 
베아트리스는 공부하는 프랑소와를 위해서 말없이, 일을 하고 음식을 하고 그의 옷을 다리고 장을 보고 조용히 차를 끓여주지만 프랑소와는 그런 그녀가 서서히 지겨워지고 그래서 그녀에게 다른 삶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박봉에 재미없는 일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생을 발전시켜 보라며 공부를 권하기도 한다. 

 
 
언제나처럼 말없이 웃어주며 덤덤히, 알겠다며 그렇게 자신을 자리를 지키는 베아트리스와는 달리 프랑소와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런 그녀를 더 답답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프랑소와의 대학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고 그들의 지적인 대화에 베아트리스도 함께 하게 되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대화에 끼일 수가 없다. 

 
 
남들이 웃어서 같이 웃어도 본다. (영화 속 베아트리스의 가장 환한 웃음이 바로 이 장면이었다는 거... )

 
 
하지만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느낀 소외감은 어쩔 수 없다...

 
 
이후 달라진 프랑소와... 베아트리스의 사과 먹는 모습을 좋아했던 프랑소와는 어느새 사과먹는 소리마저 듣기 싫어하고 미용실에서 계속 일을 하겠다는 베아트리스를 대놓고 비난한다.

 
 
베아트리스를 집에 인사시키러 간 날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아닌, 고작 미용실에서 일하는 하찮은 계급의 베아트리스를 좋게 볼리 없는 프랑소와의 부모님... (집에 인사시키러 간 건 프랑소와의 마지막 양심이었을까, 아니면 베아트리스와 헤어지려는 게 자신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부모님 의견도 그랬다는 것에 위로를 받기 위한 프랑소와의 계획이었을까...)

 
 
인사 갔다 온 후 완전히 달라진 프랑소와다. 하루종일 같이 있어도 베아트리스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건널목을 건널 때도 기다려주지 않고 혼자 가버리고

 
 
베아트리스를 여자로 봐주지도, 안아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베아트리스는 한결같다. 달라진 건 프랑소와 뿐...

 
 
출근을 하며 잠든 프랑소와를 보는 베아트리스의 눈빛... 이젠 이별의 시간이 왔음을 느끼게 된 것일까...

 
 
베아트리스가 일을 끝내고 여느 날처럼 장을 보고 집에 와서 음식을 준비하던 중... 프랑소와는 이별을 통보한다.

당신 생각을 모르겠어
당신이 행복한지
기분이 나쁜지도 모르겠어
 
당신이 여기 있든
다른 곳에 있든...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지
 
그게 날 지연시키는 거야
 
우린 행복하지 않을 거야
우린 너무 달라
 
당신이 심심해질 게 분명해
내 잘못이야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내가 시작한 거야
 
난 당신이 변화를 원하는 줄 알았어
어떤 경우든...
 
당신을 가지고 논 거 아니었어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난 당신을 존중해 왔어
당신을 가지고 논 거 아니었어
 
당신도 힘들었다는 거 알지만
해결책은 이것뿐이야
당신도 알 거야

 
 
먼저 시작했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먼저 끝내게 되었다는 일방적인 프랑소와의 이별통보에도 베아트리스는 평소처럼 덤덤하게 "그래" 라는 단 한마디로 현실을 받아들인다.

 
 
짐을 싸고...

 
 
둘은 이별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래"라는 쿨한 대답과는 달리 베아트리스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도 이겨낼 수 있는 방법도 몰랐다.

 
 
하루하루 우울해지고 수척해지는 얼굴, 무력감과 무의미해지는 생활들... 무기력한 모습... 

 
 
결국 베아트리스는 그 아픔을 이겨낼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4개월 후 베아트리스의 엄마는 프랑소와에게 연락을 해서 병원에 한번 와주기를 원하지만 프랑소와는 그마저도 혼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친구들에게 같이 가 줄 것을 요청한다.

 
 
병원에서 다시 만난 베아트리스와 프랑소와

 
 
많이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자기랑 헤어진 후 남자를 사귀었냐는 등의 겉도는 대화만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다음에 다시 오겠다며 기약 없는 이별을 하며 되돌아 나오는데... 

 
 
그렇게 보고 나오는 프랑소와의 발걸음은 가벼웠을까 어땠을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베아트리스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에게 면회가 끝났음을 알려주고

 
 
차를 탄 프랑소와... 울음을 터뜨린다. (한 여인을 사랑하고 그 여인에게 준 아픔의 대가를 이 울음으로 끝내기엔 뭔가 아쉽기만 한 설정이다)

 
 
너무도 사랑했던 프랑소와와의 짧은 만남에 대한 감정을 우린 모른다. 언제나처럼 베아트리스는 그 감정에 대한 표현을 최대한 절제한다.
 
면회가 끝난 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온 베아트리스는 찬찬히 레이스를 뜨기 시작한다.

 
 
그리고 베아트리스의 절제된 표정과 함께 긴 시간 카메라를 응시한 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 지나쳤을 것이다

왜냐하면 눈에 뜨일 게 없는
그런 여인이었으므로...

 그러나 인내를 가지고
물어볼 게 많은...

또 그들을 어떻게 봐야 되는지
알아야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세탁부,
혹은 물동이를 나르는 여인
혹은 레이스를 짜는 여인이었으리라

(엔딩크레딧)

 
 
add1) 이 영화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유화 "레이스 뜨는 여인(The LaceMaker)"파스칼 레네의 동명소설 "레이스 뜨는 여인"이 원작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속 여인은 큰일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레이스를 뜨는, 하찮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서민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는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add2) 110여분의 러닝타임동안 숨 막힐 정도로 긴장감을 주는 베아트리스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지금은 대배우가 되어 있는 이자벨 위페리, 1977년에 개봉된 이영화를 찍었을 때는 어린 나이의 배우였지만 대배우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게 맞다.
 
대사가 별로 없다. 표정으로 모든 걸 나타낸다.
 
같이 여행 갔던 친한 언니가 남자 따라가버리고 혼자 남았을 때의 표정, 맘이 변한 프랑소와에게 출근길에 뒤돌아보며 쓸쓸한 표정으로 돌아보던 그때의 표정, 프랑소와와 헤어진 후 무력감과 무기력에 찌들어있던 그 표정들, 병원에서 프랑소와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그 표정 그리고 마지막 카메라를 응시하던 눈빛 등등 너무도 인상 깊었던... 잊히지 않는다. 
 
이자벨 위페리, 원래도 좋아했지만 이 영화로 인해 더 팬이 될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분들께 꼭 권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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